어느 도시의 밤거리.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거리는 휘황찬란하고
청춘 남녀들은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 거리를 활보한다.

상가와 주점으로 밀집된 도시 한복판은 한밤중에도 북새통을 이루며
시끌벅적한 시장통처럼 사람들로 정신없이 분주하다.

최첨단 시대의 도시인들은 새롭고 기발한 것을 추구한 반면,
보석처럼 고전적이면서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것을 추구한다.

네온사인은 마치 이 시대의 최첨단 유산물이면서도
보석처럼 아름다운 빛깔로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밤거리도
반짝이는 조명과 뜨거운 젊은 열기로 희희낙락 즐겁기만 하다.

한 세대를 미루어, 소녀는 할아버지에게 질문을 던졌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별을 본 적 있어?"

"별이라고? 글쎄... 그래! 본 적 있지! 그럼, 본 적 있고말고."

할아버지는 멈칫, 망각의 존재를 되살리고자 먼 기억의 회상에 빠진다.

서서히 그려지는 어린 시절의 기억.

그것은,

아...

어렸을 적, 그가 보았던 밤 하늘의 별들.

마치 검은 바다에 뿌려진 유리알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 존재들.
유수처럼 시간의 흔적이 담겨 있었던 그 광채의 존재들.
말미암아, 거기에는 미래에 대한 꿈, 환상, 그리고 소원이 가득했지 않았던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들의 존재는 자욱한 안갯속으로 사라져갔고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 그에게
그것은 그저 빛바랜 돌조각에 불과하지 않았던지...

그리고, 아이들마저 별의 존재를 잃었으며
그들에겐 별은 그저 네온사인보다 덜 현실적이거나
종이에 적힌 시시한 동화 속 존재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 먼 훗날엔,
우리가 꿈꾸었던 별은 '새'처럼 완전히 잊히겠지.

소녀의 할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적 보았던 별들의 자태를 잠시나마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세월의 먼지에 쌓인 별의 기억은
사실 아무런 빛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쓰디쓴 미소를 남기며 별의 존재를 그대로 망각해 버렸지만,

지금 네온사인 밤거리를 걷고 있는 청춘 남녀들은
아직 미래를 직시할 수 있으면서도 눈앞의 네온사인에 눈이 먼 채,
점점 어두워지는 밤하늘을 외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