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도난당한 물품은 동작을 빠르게 해주는 값비싼 마법 물약이었다. 

어느 현상금 사냥꾼은 물약 주인으로부터 사례비를 대가로 도둑을 잡아주겠다는 의뢰를 약속했다.


그리곤 며칠의 수소문과 추적 끝에 물약 도둑을 찾아냈다.

알고 보니 그 도둑은 마을 인근의 외딴 오두막집에 사는 어느 평범한 조각가였다.


조각가를 찾아가 보니, 초췌한 그는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가까스로 지탱하며 종일 조각 작품에 매진하고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그는 이미 훔친 물약도 마신 상태였다.


현상금 사냥꾼을 마주한 조각가는 자신의 결말을 짐작이라도 한 듯 애원하며 그에게 말했다.

"며칠 전 내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오. 아내가 아직 기억에서 생생할 때 그녀의 모습을 조각상으로 남기고 싶었기에 물약을 훔쳐 마셨소.

죗값은 달게 받겠소. 다만 아내의 조각상을 완성할 수 있을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사정이 딱해 보였다.

현상금 사냥꾼은 조각 작품에 매진하는 그를 지켜보며 한참을 기다렸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조각가는 미친 사람처럼 빠르게, 쉬지 않고 헐떡거리면서 조각상을 완성해 갔다.

조각상은 여인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고 점차 빠르게 그 세부적 형상을 갖춰갔다.

여인의 풍성한 머리칼, 오뚝한 코, 그리고 수줍은 미소...

조각가의 두 눈동자는 눈물로 반짝였다.


현상금 사냥꾼은 이내 말없이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의뢰인에게 돌아가 물약값을 대신 지불하며 말했다.

"도둑은 잡았고 물약도 되찾을 수 있었소. 근데 아뿔싸 오다가 그만 늑대 무리를 만나 위험에 빠지지 않았겠소? 
어쩔 수 없이 늑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당신의 물약을 마시고 말았소. 미안하지만 물약을 돌려줄 수 없게 됐으니 대신 내가 물약값을 지불하지요."